스페인, 카미노 데 산티아고 (Camino de Santiago), 순례자의 길


2010년 3월 18일 목

Villafranca del Bierzo ~ O Cebreiro (27.5km│7시간 10분)



새벽 5시에 일어나 미구엘이 걷기 시작한다.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내리는 날이다.


판초를 뒤집어 쓰고 터벅터벅, 첨벙첨벙 물 웅덩이를 밟는 소리로 걷기가 시작되었다.  오늘 목적지인 오 세프레이로(O Cebreiro)는 산 위에 위치한 마을이기 때문에 계속 오르막 길이 예상된다. 또 산이 높아서 난관 중의 난관이었다. 




오랜만에 비를 맞으며 걸어본다. 우산 같은 건 없다. 버스 또한 없다. 내 스스로의 힘으로 나를 Carry해야 한다.



먼저 앞서간 그들의 발자국을 따라 걷다보니 쉬지도 않고 올라왔다. 걷는 동안 그저 빨리 도착해서 쉬어야 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해발 1400m 이상되는 곳에 오르니 그제서야 올라오길 잘했고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다.



점점 비가 잦아들고, 옷도 다시 마르기 시작했다. 경치가 좋아 기분도 좋았다. 유럽의 기후는 정말 퐌타스틱 그 자체다. 너무 쾌적하고 맑다. 물론 도시는 아니겠지만...



자동차도 다니기 힘들어 보이는 이 작은 샛길로 계속 걷는다. 화살표가 안보인지 오래지만, 길은 오로지 이 길 하나 뿐이라 믿고 걷는다.



도착해보니 내가 세번째로 도착했다. 다른 그룹들은 뒷 마을에서 쉬고 오느라 늦는다고 한다. 오늘부터는 길의 마지막 부분인 갈리시아(Galicia)이다. 갈리시아의 주도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바로 순례자들의 목적지가 되는 곳이다. 갈리시아는 문어요리가 유명하다 하여 기대가 된다. 



텅빈마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길 위에서 바람을 타고 스며드는 고요함만이 내 귓가에 울려퍼진다. 이 길 위에서는 세상이 나에게 가르쳐준 모든 진실과 거짓들은 고개를 숙이고 오로지 해가 뜨고 지는 것만이 내 하루를 차지한다. 길 위를 걷다가 가끔은 뒤를 돌아본다. 저 멀리 점이 되어버린 그 때의 미련들 쫓던 습관이 남아서일까...

파도처럼 밀려오는 것을 바라보면 새로운 감정이 자라난다. 젓가락질을 모르던 때의 나처럼 서툴게 휘두른 나의 집착과 악의를 뒤돌아보게 된다. 늘 길 위에서 묻는다. 하지만 답은 들려오지 않는다. 무엇이 답인지 모르겠다. 이 길은 답을 찾기 위한 길은 결코 아니다. 이 순간이 쉼표가 되어 다음 문장에 힘을 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첫 날 피레네산맥을 넘어오면서 느꼈던 것들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El amor es como el vieto, No puedes vesto, pero puedes seutrlo



높은 산 위의 오지스러운 이 곳에 있는 알베르게치고는 깔끔하고 넓다. 흡사 피난처 같기도 하다. 시설 굿.


아래 크레덴시알에 도장도 받았는데 성당에 가면 산 위에 있는 이 마을을 상징하는 도장도 찍을 수 있다.








스페인, 카미노 데 산티아고 (Camino de Santiago), 순례자의 길, 산티아고 가는 길, 산티아고순례길. 도보여행

스페인, 카미노 데 산티아고 (Camino de Santiago), 순례자의 길


2010년 3월 17일 수

Ponferrada ~ Villafranca del Bierzo (20.2 km│5시간 30분)



오늘의 카미노는 거의 평탄하였다. 이제 점점 기온이 올라가 봄이 완연해졌다. 더이상 패딩은 꺼내지 않는 날이 온것이다.


어느덧 3월 중순, 집을 떠난지 한달이 훌쩍 지났다. 무엇이 바뀌었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길을 걷고 나면 바뀌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잘 모르겠다. 집 생각이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



한달 동안 걸었던 순례자 동료들과 사진을 찍었다. 꽤 큰 그룹이 되어 함께 땀을 흘렸다.

오늘 길에서는 포도밭이 굉장히 많이 보였다. 점점 몸과 마음이 지쳐간다. 쉬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나 들지만, 길의 끝이 이제 멀지 않았다. 조금만 더 힘내자!





여러 마을을 지나오는 동안 이글레시아, 즉 성당에 들려 알아 듣지 못하는 미사를 들었다. 성서엔 무관심하고 길의 의미도 잘 모르지만 그 시간동안 나는 내 마음속으로 계속 질문을 던졌다.



겨울에 시작한 카미노가 봄을 만났다. 



다들 옷차림이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오늘은 Villafranca del bierzo(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쵸)에서 묵을 예정이다. 공립 알베르게는 공사중이라 사립 알베르게에 묵기로 했다. 사립 알베르게는 공립보다 비싸지만, 시설이 깨끗하고 편한 점이 많다.



오늘 마을은 작으면서 중세시대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길을 잃어버리지 않고 잘 걷고 있음을 알리는 노란색 가리비.



오늘 알베르게는 암반 위에 지어진 집이다. 그래서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장점이 있는것 같다. 아주 큰 골든리트리버도 주인이 키우고 있고 인터넷도 빠르다. 이곳에서 컴퓨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에픽하이의 Epilogue 앨범을 다운로드 받았다. 새로 나온 Ep인데 걷는 동안 너무 듣고 싶었다. 에픽하이의 노래, 가사에 나머지 남은 날들을 기대기로 한다.ㅎㅎ



골목 구석구석 예쁘고 아기자기 생겼다. 담벼락 밑 그늘에 앉아 책을 읽으며 사색에 잠기기도 하였다.



길 위에서 만난 예쁜 노란 모자 아기가 너무 귀여웠당ㅎㅎ 인형같다ㅎㅎ



비아프랑카의 알베르게 도장!




부엔 카미노(Buen Cam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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