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노 데 산티아고 (Camino de Santiago), 순례자의 길


2010년 3월 3일 수요일

Santo Domingo de la Calzado ~Belorado (21.8 km│6시간 15분)


발이 부었다. 발의 붓기가 빠지지 않는다. 여전히 부어버린 발을 이끌고 알베르게를 나섰다. 무플이 쑤시고 발이 아프지만 멈추고 싶지가 않았다. 이 길에서 내가 얻고 싶은 것이 있었다. 


처음에 길을 걷다 보면 몸이 피곤해지고 힘들어진다. 너무 힘들어서 아무 생각이 들지 않다가, 하루하루 많은 걸음에 적응이 되기 시작 할 무렵 생각이 깊어진다. 평소 생각하고 싶었던 것들을 마음껏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주어진다. 내 찾고자했던 것들을 생각하게 된다. 순간 울컥했다가도 다시 웃음이 나오곤 했다. 때로는 길 위에서 외롭기도 했고 언젠간 이 길의 끝에 서있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다. 



눈 앞이 황량하였지만 넓은 평원과 낮은 뭉게구름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발은 아팠지만 마음껏 걸을 수 있는 이 순간을 누리며 열심히 한걸음 한걸음 나아갔다.



때로는 이렇게 차도 옆을 걷기도 한다. 자칫 위험할 수도 있지만, 순례자들이 자주 다니는 길은 운전자들이 잘 피해서 운전해 준다. 가끔 길을 잃어버린 순례자가 있으면 차를 태워주기도 한다.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 늘 타인을 경계할 필요는 없는 법. 길 위도 우리의 인생과 똑같다!


신발은 이 녀석 하나만 가져왔다. 등산신발이라 밑창이 딱딱한 녀석이다. 방수기능도 어느 정도 있다. 신발을 세탁할 수는 없지만 세척은 가끔 했다. 알베르게를 더럽히기 싫었기 때문에. 길은 대부분 이렇게 흙길, 돌길이다. 아스팔트를 걷는 일이 가끔 발생할 수도 있다. 길을 걷다가 맨발로 걷는 사람도 보았다. 그는 신앙심과 고행의 길이라 생각하고 걷는 것일까.





드디어 부르고스(Burgos) 지방에 들어섰다. 벨로라도가 부르고스의 첫 번째 알베르게가 되었다. 그 전까지는 라 리오하(La Rioja) 지방이었다. 부르고스라는 도시에 대해서 함께 걸었던 순례자에게 들었는데 로그로뇨 보다 훨씬 크고 예쁜 도시라고 하여 매우 기대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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